1. 지붕과 벽
서울의 거리에서는 노수자를 많이 볼 수 없지만, 밀라노에 있었을 때, 걸어다니다 보면 노숙자를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많은 노숙자들이 다리 밑에 특히 많았다. 그때 건축 요소 중에 지붕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그리고 한참 지켜 보다가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그러면, 지붕이 해결된 이들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두가지를 합하면, 닫힌 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때부터 닫힌(enclosed) 공간이 가장 중요한 건축의 본질적 요소가 된 거 같다. 인간의 최소한의 건축은 닫힌 공간이어야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같이 건축 공부하는 친구에게 건축행위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그는 땅이라고 말했다. 엄밀히 말하면, 건축의 요소는 아니지만, 그가 말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땅(earth)가 없으면 당연히 사람이 살아 갈 수 없지 않은가. 맞는 말이다.
2. 문과 창
건축에서 벽과 지붕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며, 벽에 창을 뚫어 채광과 공기의 유입, 외부 풍경을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론을 분석했다. 창의 모양과 상관없이 이러한 관통은 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창은 벽의 일부로 통합된다. 결과적으로, 벽의 일부로 관통이 만들어지면서 폐쇄된 공간으로서의 건축의 순수성을 잃게 되는 것을 느꼈다.
이런 고민을 하면 시간을 보내던 중, 나는 베니스에 위치한 카를로 스카르파 Fondazione Querini Stampalia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그 곳에서 하나의 돌에 남겨진 뚜렷한 자국을 발견했고, 이 자국이 돌과 완전히 다른 시간대에 형성되었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그것들에 대해 방법론 적인 해결책 같은 것을 줬다. 절단은 대상이 있고 그 다음에 수행할 수 있는 행위이다. 벽을 세우는 행위와 창을 만들기 위해 그것을 관통하는 행위를 분리하면, 두 가지가 서로 다른 시간적 영역에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벽이 본래의 순수하고 완전한 상태로 상상될 수 있도록 하며, ‘완전히 폐쇄된 공간’의 잔상을 건축 안에 남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3. 상징성
혼자 1년 이상을 생활하면서, 첫 공황 발작을 겪었다. 당시 정신 건강을 잘 몰라 우울증은 단순히 강한 마음가짐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발작의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아내와 두 아들과 떨어져 있다는 부담감에서 비롯된 것 같다. 이 경험은 정신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고, 정신과 신체의 직접적인 연결을 이해하며 환경과 신체의 연결성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의지할 절대적 가치만이 중요하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희망과 위안도 삶을 지탱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정신 건강하게 해주는 상징성은 우리의 신체적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우리의 환경을 이루는 요소로써 건축은 상징성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